
이삭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아들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께서 그의 출생을 예고하시고 아브라함의 후사로 정하신 ‘약속의 자녀’이기도 하다. 성경은 이삭이 하나님의 독생자로 오신 성자(聖子) 예수님을 표상하는 인물이자, 천국을 유업으로 받을 하나님의 후사를 상징한다고 증거한다.
성경의 기록을 통해 이삭의 생애와 주요 사건을 살펴보고, 각각의 사건에 담긴 하나님의 뜻과 상징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이삭의 생애
이삭은 아브라함이 100세에 얻은 아들이었다. 원래 아브라함은 나이 많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어 종인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삼으려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후사가 되리라”고 하셨다. 이에 아브라함은 사라의 권유로 여종 하갈에게서 아들 이스마엘을 얻었다. 당시 아브라함의 나이가 86세였다.
99세가 된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을 후사로 정하려 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하시며 이름을 ‘이삭’으로 지어주시고 나아가 이삭과 언약을 세우겠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에도 아브라함에게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정녕 네게 돌아올 것이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고 재차 약속하셨다(창 18장 1~15절).
그로부터 1년 뒤, 사라가 아들 이삭을 낳았다. 이삭은 ‘웃음’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아브라함과 사라의 기쁨이 되었다. 형 이스마엘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으나, 아브라함이 사라의 말대로 하갈과 이스마엘을 내보냄으로써 아브라함의 독자(獨子)이자 유일한 후사가 되었다.
아브라함은 장성한 이삭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동생 나홀의 일가가 사는 밧단 아람으로 종을 보냈다. 종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나홀의 손녀 리브가를 데려왔다. 당시 브엘 라해로이에 살던 이삭은 40세에 리브가를 아내로 맞았다. 이삭과 결혼하고 20년이 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했던 리브가는 하나님께서 이삭의 기도에 응답하심으로 쌍둥이를 잉태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리브가의 태 안에서 서로 다투었는데, 이를 두고 하나님께서는 “두 민족이 복중에서부터 나누어질 것이며 한 족속이 다른 족속보다 강하고 큰 자(형)는 어린 자(동생)를 섬기리라”고 예언하셨다. 이삭이 60세 되던 해에 쌍둥이가 태어났다. 먼저 나온 아이는 ‘털이 많다’는 뜻의 ‘에서’, 나중에 나온 아이는 ‘발꿈치를 잡은 자’라는 뜻의 ‘야곱’이라 이름했다(창 25장 19~26절).
이삭은 브엘 라해로이에 든 흉년으로 인해 그랄 땅으로 이주했다. 이후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고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에 거하라. 그리하면 네 아비 아브라함에게 맹세한 것을 이루겠다”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그랄에 거했다. 그 결과 이삭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재산이 점점 늘어 큰 부자가 되었다.
이삭의 세력이 커지자 블레셋 사람들이 그를 견제하며 아브라함 때에 판 모든 우물을 메우고 떠나라고 협박했다. 이에 이삭은 그랄 골짜기, 르호봇, 브엘세바로 이동했는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디에서든지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하나님이 이삭과 함께하심을 알게 된 블레셋 왕이 이삭에게 화해를 청했고, 이삭은 그들과 평화 약속을 맺고 브엘세바에 거했다.
1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삭은 아브라함과 사라가 묻힌 막벨라 굴에 장사됐다.
이삭 관련 주요 사건
번제로 드려질 뻔함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어린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번제로 바치라고 명하셨다. 아브라함은 말씀에 순종하여 이삭에게 번제에 쓸 나무를 지우고 자신은 불과 칼을 든 채 산에 올랐다. 이삭은 아브라함에게 번제에 쓸 어린양이 어디 있냐고 물었고,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친히 준비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예정된 장소에 도착한 아브라함은 이삭을 결박해 제단에 올리고 칼을 들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천사가 아브라함을 불렀다. 천사는 아브라함이 독자라도 아끼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을 보였다며 이삭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대신해 수풀에 걸린 숫양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렸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한 아브라함에게 큰 축복을 약속하셨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독자 이삭을 제물로 드리려 했던 모리아산은 훗날 예루살렘 성전 터가 되었다(대하 3장 1절). 이삭의 번제 사건은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죄 사함을 위해 대속물로 희생하실 것을 표상한다(요 3장 16절, 마 20장 28절).
야곱을 축복함
이삭의 쌍둥이 아들 중 에서는 사냥꾼이었고 야곱은 장막에서 집안일을 도왔다. 이삭은 에서가 사냥해 온 고기를 좋아해 그를 아꼈지만 아내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에서는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겨 팥죽 한 그릇에 야곱에게 팔아버렸다.
나이 들어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된 이삭은, 죽기 전에 장자를 축복하기 위해 에서에게 사냥한 고기로 별미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에서가 사냥하러 나가자, 리브가는 야곱을 에서처럼 꾸미고 음식을 만들어 이삭에게 가져가게 했다. 야곱을 에서로 착각한 이삭은 야곱에게 장자의 축복을 빌어주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에서가 방성대곡하며 복을 간청했지만, 이삭으로서는 사태를 돌이킬 수 없었다.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게 될 것이라(창 25장 23절) 하신 하나님의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삭의 상징적 의미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를 보면, 나사로가 천국에 들어간 것을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갔다’고 표현하고, 지옥에 간 부자가 아브라함을 가리켜 ‘아버지’라고 부른다(눅 16장 19~24절). 천국에서 아버지라 불릴 수 있는 분은 하나님뿐이므로, 아브라함이 아버지 하나님을 표상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브라함의 독자 이삭은 하나님의 독생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한다(요 8장 54~56절, 갈 3장 16절).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고 할 때 하나님의 천사가 그를 제지하며 이삭 대신 어린양을 제물로 삼게 했다. 이는 하나님의 독생자이자 어린양의 실체인 예수님께서(요 1장 29절) 십자가에서 속죄 제물로 희생하시기 전까지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짐승을 잡아 절기를 지킬 것을 예표한다.
약속의 자녀
하나님의 약속 없이 태어난 이스마엘과 달리, 이삭은 태어나기 전에 하나님께 아브라함의 후사로 축복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이삭을 가리켜 약속의 자녀라 칭했다(롬 9장 7~9장). 성경에서 말하는 약속의 자녀는 이삭이나 야곱처럼 출생 전에 하나님이 미리 예언으로 그 축복을 약속한 사람을 가리킨다.
성경에는 새 언약을 지키며, 미리 구약성경의 예언을 통해 죄 사함과 영생이 약속된 성도들 역시 이삭과 같은 약속의 자녀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브라함의 후사 이삭은 하나님의 후사인 성도들을 상징하는 인물이다(갈 3장 29절).
“형제들아 너희는 이삭과 같이 약속의 자녀라”갈 4장 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