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기독교 박해는 A.D.64년 네로 황제 때 시작해 313년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기독교가 공인될 때까지 약 250년간 이어졌다. 로마인들은, 오직 하나님만을 믿으며 우상 숭배와 황제 숭배에 굴복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눈엣가시로 여겨 배척했다. 황제들은 제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신들의 보호 속에 번영시키겠다는 미명하에 기독교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혹독히 탄압했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 원인, 이유
사도 시대 초기, 기독교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들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이후 기독교가 예루살렘을 넘어 소아시아와 로마까지 전파되면서 로마 제국의 탄압을 받게 되었다. 당시 로마 제국은 제국의 안정을 위해 속국, 즉 피정복민들의 정치나 종교에 비교적 온건한 관용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기독교에는 예외였다. 기독교인들이 제국의 안녕을 해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하나님만을 섬기며, 당시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제사나 종교의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신전이나 극장에서 이교도들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이는 제국의 안녕과 통합을 해치는 일로 여겨졌다. 특히 로마의 신들에 대한 숭배를 거부하는 기독교인의 행동은 ‘신들이 가져다주는’ 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행위로 치부됐다.
그런 데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외에 다른 이를 숭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황제 숭배를 거부했다. 로마인들에게 황제 숭배는 제국 통일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제국에 대한 충성의 기준이었다. 로마 정부는 기독교인들의 태도를 황제와 제국에 대한 불충과 반역으로 여겼고, 기독교는 불법 종교로 규정돼 박해를 받았다.
로마의 기독교 10대 박해
로마의 기독교 박해는 통치자와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유와 방법으로 진행됐는데, 황제들이 주도한 10대 박해가 대표적이다. 네로는 64년에 발생한 로마의 대화재를 기독교인들의 소행으로 몰아 극심하게 박해했다. 이는 68년에 그가 죽기까지 계속됐다. 그는 기독교인을 원형경기장에서 야수에게 갈기갈기 찢기게 하거나 건초에 묶어 야외를 밝히는 ‘인간 촛대’로 삼기도 했다. 다만 이때는 로마 제국 전역이 아니라 로마시에 국한된 박해였다.
네로 다음으로 기독교를 박해한 황제는 도미티아누스다. 도미티아누스는 자신을 신으로 선포하고 숭배를 강요했다. 기독교인들이 이를 따르지 않자 ‘기독교인들이 황제의 예배에 복종하지 않아 모든 신이 노했다’는 죄명을 씌워 탄압했다. 재산을 몰수하고 맹수들과 결투를 시키기도 했다. 이 시기에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 유배되어 있다가 계시를 받고 요한계시록을 집필했다.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로마를 떠나거나 지하로 은둔했는데, 이때부터 박해를 피해 지하 무덤(카타콤)에서 예배드리는 일이 시작됐다.
로마 제국 전역에서 기독교인을 가장 혹독하게 박해한 황제는 디오클레티아누스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303년 칙령을 선포해 황제의 동상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기독교인의 집회를 금지하고 모든 교회 건물을 파괴했으며, 기독교 서적과 성경을 몰수해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이교의 신에게 제사하라는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였다. 이 시기에 기독교인은 정부와 군대에서 해고됐으며,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했다. 모든 성직자는 유배되거나 처형됐다.
1. 네로 [박해 연도: 64~68년]
- 로마 대화재 사건 방화범으로 기독교인들을 지목하여 박해.
- 기독교인을 맹수의 밥이나 야외 파티 장소를 밝히는 횃불로 삼아 처형.
- 박해는 대부분 로마시 안에서 일어남.
2. 도미티아누스 [박해 연도: 90~96년]
- 기독교도 때문에 모든 신이 노했다는 죄명으로 탄압.
- 비로마적인 종교나 그에 동조하는 것까지 반역으로 몰아 공격.
- 사도 요한을 밧모섬에 유배.
- 기독교인들은 박해를 피해 지하 무덤(카타콤)에서 예배.
3. 트라야누스 [박해 연도: 98~117년]
- 기독교인을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중죄인으로 규정하여 박해.
- 안디옥 교회 감독 이그나티우스 순교.
4. 하드리아누스 [박해 연도: 117~138년]
- 황제 신상과 여러 신상을 세우고 경배 강요, 거부하면 처형.
- 기독교인을 보호하는 사람까지도 함께 처벌.
5.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박해 연도: 161~180년]
- 역병, 흉년, 가뭄 등 모든 자연재해를 기독교인 탓으로 돌려 박해.
- 기독교인들의 시체를 굶주린 개들의 먹이로 줌.
6.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박해 연도: 202~211년]
- 태양신에게 예배하도록 강요. 기독교로의 개종 금지.
- 기독교로 개종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령 공포.
7. 막시미누스 [박해 연도: 235~236년]
- 암살당한 전(前) 황제를 기독교인들이 지지했다며 박해.
- 기독교 성직자들을 처단.
8. 데키우스 [박해 연도: 249~251년]
- 칙령을 내려 로마 제국 전역으로 박해를 확산시킴.
- 모든 시민은 로마의 신들에게 제사하라 명령, 불복종한 자들은 칙령을 거부한 죄로 처형.
- 기독교를 박멸하고자 기독교인들이 배교하도록 회유.
- 이 시기에 순교자와 배교자가 가장 많이 발생.
9. 발레리아누스 [박해 연도: 259~260년]
- 기독교인들의 집회를 금지하고 토지와 재산 몰수.
- 성직자를 처형하고 유배.
10. 디오클레티아누스 [박해 연도: 303~311년]
- 기독교인의 모든 권리를 박탈한 최악의 박해.
- 기독교를 대적하는 네 개의 칙령 선포.
- 기독교 병사들에게 신앙을 거부하도록 강요하여 불복종하면 처형.
- 교회 건물 파괴, 성경 소각, 예배 금지, 기독교인 공직에서 추방.
- 311년에 조직적인 박해 명령을 철회했으나 313년 밀라노 칙령이 있기 전까지 기독교인을 향한 박해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로마 제국은 오랜 기간 기독교를 박해했지만, 기독교인들의 신앙을 꺾을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은 화형을 당하고, 원형극장에서 맹수의 밥이 되고, 끔찍한 고문 도구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가면서도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이들의 신앙은 베거나 깎으면 더욱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몰약나무와 같았다. 극심한 박해에도 기독교를 믿는 사람의 수는 갈수록 증가했고, 복음은 더욱 힘있게 뻗어 나가 로마 제국 전역과 지중해 연안 전체로 전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