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B.C. 11세기에 사울이 초대 왕으로 등극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는 남 유다가 멸망한 B.C. 6세기까지 약 500여년동안 이어진다. 구약성경 39권 중 무려 24권1이 이 시기에 기록되었을 만큼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역사서(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기상·하), 시가서(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예언서(이사야, 예레미야, 예레미야애가, 에스겔, 다니엘,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댜,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스바냐)
이스라엘 왕국의 태동
마지막 사사였던 사무엘의 말년, 가나안에 정착해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듭되는 이방인의 침략에 대항해 앞장서서 싸워줄 왕을 세워주기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내고 다스리신 왕은 하나님이었으나,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 백성들은 다른 나라들처럼 사람으로 왕을 삼기를 원했던 것이다. 사무엘은 그 요청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에게 왕이 그들을 어떻게 다스릴지를 엄히 경고한 후에 백성들의 바람대로 왕을 세우도록 하셨다. 그렇게 세워진 첫 번째 왕이 사울이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허락하신 율법(모세 5경)에는 장차 등장할 왕이 백성을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 하나님이 이들에게 바라시는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되어 있었다(신 17장 14~20절). 왕이 된 자는 하나님의 율법서를 평생 가까이해서 하나님 경외하기를 배우며, 그 모든 규례를 지켜야 했다(신 17장 18~19절). 하나님의 계명을 순종하는지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이라 하신 말씀은(신 28장 1~68절) 이후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내내 그대로 실현된다.
다윗과 솔로몬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으로 왕국의 전성기를 이끈 다윗은 하나님이 바라시는 왕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하나님께 ‘내 마음에 합한 자’라 인정받은 그는 일평생 하나님의 계명을 정금보다 귀하게 여겼다(행 13장 22절, 시 19편 7~10절, 119편 127절). 하나님께 순종하면 모든 복이 임한다는 성경 말씀처럼, 하나님의 계명을 마음을 다해 지킨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큰 성공이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다윗은 그의 뒤를 이을 솔로몬에게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하나님의 계명 지킬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왕상 2장 1~3절, 대상 22장 12~13절). 다윗의 유언과 같이, 이후 등장한 이스라엘 왕국의 왕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때는 축복을 받았으며, 이를 어기고 우상 숭배에 빠져 이방 신의 규례를 지킬 때는 외세로부터 고통을 받았다.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왕국의 세 번째 왕이 된 솔로몬은 일천 마리의 제물을 번제로 드리며 하나님의 축복을 구했다.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신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지혜와 부와 영광을 주시며 “다윗의 행함같이 하나님의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축복의 날이 길 것”이라 말씀하셨다(왕상 3장 14절).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했으며 성전 낙성식 날, 백성을 대표해 온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계명과 율례와 법도를 지킬 것을 선언했다(왕상 8장 58절, 61절). 이후 성전에서 하나님의 절기와 규례를 거룩하게 지켰고(대하 8장 12~13절), 그 결과 하나님의 말씀대로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다(왕상 10장 21~23절).
솔로몬의 우상 숭배로 분열된 이스라엘 왕국
그러나 솔로몬은 통치 말엽에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고 타락의 길로 들어섰다. 솔로몬은 주변 나라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1천여 명의 후궁을 들였는데, 그가 늙었을 때 이 후궁들로 인해 그모스, 밀곰, 아스다롯을 비롯한 수많은 우상의 신전을 세우게 된 것이다(왕상 11장 1~8절). 이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거역하는 일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에게 두 번이나 나타나셔서 다른 신을 좇지 말라고 경고하셨으나 솔로몬은 쉽게 마음을 돌이키지 못했다. 왕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주변 민족들이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미워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 솔로몬의 행동에 진노하셨지만 다윗을 생각해서 솔로몬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나라를 빼앗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왕상 11장 9~13절). 이 말씀대로 이스라엘 왕국은 솔로몬 사후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 두 나라로 분열되어 힘없는 소왕국으로 전락했고, 다윗이나 솔로몬 시대와 같은 강성한 국력은 두 번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북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우상 숭배와 죄악이 만연한 나라
북 이스라엘(B.C.975~B.C.721) 왕조는 초대 왕 여로보암부터 마지막 왕 호세아 때 앗수르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약 250여년간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총 19명의 왕이 있었다. 북 이스라엘의 왕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우상을 숭배하는 등 죄를 범했다. 다윗처럼 하나님의 계명을 지켜 칭찬을 받은 왕은 없었다. 10대 왕인 예후가 ‘정직한 일을 잘 행했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는 아합 왕조를 멸절시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것일 뿐, 그 역시 다른 계명들은 지키지 않았고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북 이스라엘의 우상 숭배는 여로보암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백성들이 율법대로 절기에 예루살렘에 제사를 드리면 그들의 마음이 남 유다 왕에게 기울 것을 염려해, 하나님께서 택하신 장소가 아닌 곳에 제단을 세웠다. 또 하나님께서 인정하지 않은 제사장을 세우고 임의로 절기를 정해 제사하며, 금송아지를 세워 숭배했다(왕상 12장 25~33절). 여로보암 이후의 왕들도 그 선례를 따라 우상 숭배의 길을 걸었는데, 성경은 이를 ‘여로보암의 길’, ‘여로보암의 죄’라 일컫는다(왕상 16장 19절, 왕하 10장 29절).
처음부터 하나님의 계명을 저버린 북 이스라엘에는 고통이 끊이지 않았다. 반역자가 왕을 살해하고 자신이 왕으로 등극하는 반역의 역사가 수차례 일어났다. 왕이 저주받아 병에 걸리거나, 나라가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 이스라엘의 왕들은 권력 다툼에만 관심을 두었지 하나님을 경외하여 계명을 지키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우상 숭배를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삼기까지 했다.
북 이스라엘의 왕들은 하나같이 악했지만 일곱 번째 왕 아합은 이전 왕들보다 더욱 악했다. 아합은 시돈의 공주 이세벨을 아내로 맞이한 후 산당을 짓고 우상을 숭배해 하나님을 진노케 했다(왕상 16장 30~32절). 바알과 아세라를 숭배했던 이세벨은 북 이스라엘의 왕비가 된 후 아합은 물론 백성들까지도 우상을 섬기게 만들었다. 아합과 이세벨로 인해 백성들은 여로보암이 만든 금송아지에 이어 이방의 우상까지 숭배하게 되었다. 이세벨은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죽였을 뿐 아니라, 갈멜산 대결을 통해 여호와 하나님이 참 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회개하기는커녕 엘리야까지 죽이려 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 했던 백성에게 누명을 씌워 그를 죽이고 재산을 빼앗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후, 아합왕은 전쟁터에서 화살을 맞고 죽었다. 부하들은 아합의 피가 흥건한 병거를 사마리아의 연못에서 씻었는데 개들이 몰려와 그 피를 핥았다. 훗날 이세벨도 창밖으로 내던져지고 짓밟혀 시신조차 찾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엘리야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왕상 21장 20~24절).
북 이스라엘의 멸망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은 북 이스라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국력이 약화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회개하지 않았고, 하나님께서는 앗수르를 통해 북 이스라엘을 징벌하셨다.
북 이스라엘의 국운이 기울어갈 때 남 유다로부터 구원의 기별이 왔다. 남 유다의 왕 히스기야가 하나님께 돌아올 것을 촉구하며, 오랜 세월 동안 지키지 못했던 유월절을 다시 지키자고 북 이스라엘에 보발꾼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북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를 조롱하고 비웃었다(대하 30장 1~10절).
하나님의 손길을 끝까지 거부한 북 이스라엘은 결국 앗수르의 침략으로 멸망했다. 앗수르군은 북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성을 3년 동안 포위 공격한 끝에 B.C.721년경 함락시켰다(왕하 18장 9~12절). 이로써 솔로몬 사후 나누어졌던 두 나라 중 남 유다만 남고 북 이스라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남 유다 왕국의 역사
축복과 저주가 반복된 나라
남 유다(B.C.975~B.C.586) 왕조는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이 즉위한 때로부터 시드기야 때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약 390년간 이어졌으며, 총 20명의 왕이 있었다. 이들 중 성경에서 “다윗의 행함같이”, “다윗의 길로 행했다”고 인정받은 왕은 아사, 여호사밧, 히스기야, 요시야 4명뿐이었다. 이들은 다윗처럼 하나님의 계명과 규례를 지킴으로 이들의 재위 기간 유다 왕국에는 하나님의 보호가 임했다(왕상 15장 11절, 대하 17장 3절, 왕하 18장 3~6절, 22장 2절).
남 유다의 3대 왕 아사는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대로 행했고 당시 유다에 만연했던 우상 숭배를 금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아사에게 평안을 허락하셨고, 구스 사람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위기 속에서도 승리하게 해주셨다(대하 14장 9~15절).
4대 왕 여호사밧은 아버지의 행적을 보며 하나님께 순종해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를 지켰으며 우상 숭배를 철저히 금했다(대하 17장 3~9절). 이후 암몬과 모압 족속, 세알산 사람들의 연합군이 쳐들어온 큰 위기 속에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아무 어려움 없이 전쟁에서 승리해 많은 전리품을 취해서 돌아오는 축복을 받았다(대하 20장 1~30절).
13대 왕 히스기야는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유월절을 지키고 우상을 타파하여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다. 그 결과, 북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강대국 앗수르가 남 유다도 정복하러 쳐들어온 국가적 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왕하 19장 30~35절).
16대 왕 요시야 역시 유월절을 지킴으로 ‘이같이 마음과 성품과 힘을 다해 율법을 온전히 준행한 왕은 전에도 후에도 없다’는 영광스러운 증거를 받았다(왕하 23장 23~25절).
그러나 나머지 왕들은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않았고, 하나님의 계명을 떠나 우상 숭배의 길로 빠져 왕국을 위험에 빠뜨렸다. 아하스는 바알의 우상을 만들어 섬겼고 힌놈의 골짜기에서 자신의 아들을 태워 제물로 바치기까지 했다. 결국 아람, 북 이스라엘, 에돔, 블레셋 등 여러 민족으로부터 계속 침공을 받아 많은 백성이 죽고 포로로 잡혀갔으며 재물을 약탈당하고 성읍을 빼앗기는 고통을 당했다. 죽어서는 왕들의 묘지에 묻히지도 못했다(대하 28장 1~27절).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는 아버지가 없앤 산당과 바알의 제단을 다시 쌓았다. 그는 손수 우상을 만들어 성전에 세워 숭배했고 자기의 아들들을 힌놈의 골짜기에서 제물로 태웠다. 진노하신 하나님께서는 앗수르를 보내 남 유다를 공격하게 하셨고 므낫세는 바벨론에 끌려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회개했다(대하 33장 1~20절).
이처럼 남 유다 왕국에서는 왕과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숭배할 때는 외세의 침략 등 끊임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고, 하나님의 규례와 명령을 따를 때는 하나님의 보호와 축복을 받는 역사가 반복됐다. 하지만 남 유다의 많은 왕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우상 숭배를 하다가 저주받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했다.
남 유다의 멸망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 역시 우상을 숭배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제사장들과 유다 백성들도 시드기야를 따라 우상을 숭배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를 보내 계속해서 경고하셨지만 그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바벨론이 쳐들어왔을 때 시드기야는 눈앞에서 바벨론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들을 죽이는 광경을 봐야 했고, 두 눈이 뽑힌 채 사슬에 결박되어 포로로 끌려갔다. 유다의 성전과 건물은 불살라졌고 백성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종으로 잡혀갔으며 모든 재물을 약탈당했다(왕하 25장 7~17절). 하나님을 저버린 남 유다는 B.C.586년경에 멸망했다.
하나님께서는 남 유다에 처참한 멸망이 임한 이유가 다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셨다(렘 16장 10~11절, 44장 23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율례와 법도를 버린 백성들에게 선지자를 보내 임박한 멸망을 알리시며 회개의 기회를 주셨지만,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 끝내 구원의 기회를 놓치고 멸망을 당했다.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지 않아 멸망한 북 이스라엘의 역사를 남 유다 역시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속에 나타난 국가와 개인의 흥망성쇠는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계명이 얼마나 준엄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운다. 또 오직 다윗과 같이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그 계명과 법도를 지킬 때라야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